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늘 불안하다. 학교폭력의 외상에 관한 기억이 자꾸 떠올라 고통스럽고, 그와 관련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소한 일에도 심하게 놀라고, 항상 불안해하며, 심지어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그런데도 그들은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포기한 채 ‘학습된 무기력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우울함과 절망감을 넘어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 것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정녕 해결하기 힘든 것일까? 2011년, 정부는 “학교폭력은 학교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글에서는 사회구성원인 학교, 교사, 부모, 학생 등 각자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아울러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세부 내용도 알아본다.
역할에 따른 학교폭력 예방법
교사의 역할
무엇보다 따돌림이나 괴롭힘은 항상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교사들이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저 학생은 모범생이니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와 같이 선입견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 또 학년 초에 학생들과 함께 학교폭력에 관한 규칙을 선정하고 확인하거나, 정기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면담 및 학교폭력 설문지 등을 통해 학생들 사이에 학교폭력이 존재하는지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경우,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을 교육하고 일차적으로 교사에게 신고 혹은 보고하거나, 경찰 등에 신고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역할
학교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가·피해자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교사, 교직원,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함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해당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무관용의 원칙)’라는 방침을 명시하고, 실제 학교 교육의 정책에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정통신문이나 부모교육 등의 기회를 만들어 학부모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좋다. 학부모나 지역사회조직과 연계하여 교내 사각지대의 순찰과 보호기능을 강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학생의 역할
학생 스스로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들이 싫어하거나 가해학생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평소에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혼자 대화를 독점해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지나치게 자기 뜻대로 하거나, ‘나만 안다’고 잘난 척하는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지나치게 예민하고, 화를 많이 내고, 지저분하고 정돈이 되지 않는 친구들도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 친구들이 요구하는 것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예스(Yes) 맨’도 주변에서 쉽게 얕잡아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평소 ‘싫다’는 의사를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가정에서 부모들은 무엇보다 자녀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신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격려를 통해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가정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녀를 힘과 폭력으로 다루지 않는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다. 대신 자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훈육하되, 자녀의 감정에 잘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 스스로가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해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부모는 “약한 친구를 놀리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고자질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정부가 내 놓은 학교폭력근절 대책, 어떤 것들이 있나?
2011년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각계 각층에서 제안한 대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아래와 같이 세분화되어 발표되었다.
학교의 권한과 책임 강화
학교는 금품수수, 성적 조작, 성폭력 범죄, 신체적 폭력 등의 폭력사건이 발생한 즉시 가해학생의 출석을 정지할 수 있고, 이미 발효된 출석 정지도 해제할 수 있다. 담임 선생님은 이와 관련 사항을 가해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초·중·고 졸업 후 최대 5년까지 기록을 보존할 수 있고, 개인별로 누적 관리하여 생활지도에 활용할 수 있다.
신고 조사체계 개선 및 가·피해 학생에 대한 조치강화
학교는 신고나 학교폭력 사건 접수 등을 토대로 일진을 파악한 후 엄정하게 대처한다. 피해학생에 대한 치료비를 우선 지원하고, 상급학교 진학 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해서 배정한다. 또 피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피해학생을 우선적으로 보호한다.
아울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와 치유가 병행되는데, 가해학생의 전학조치를 가능하도록 하고,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한다. 가해학생 특별교육 조치 시 학부모 교육을 의무화한다.
또래활동 등 예방교육 확대
또래상담, 중재 조정프로그램 자치 법정 등의 운영을 활성화한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관련 내용을 학생부 특기사항 및 에듀팟에 기록한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 행동발달 선별검사를 실시한 후, 고위험학생을 치료하고, 사이버 상담 등을 강화한다.
학부모 교육 확대 및 학부모의 책무성 강화
학부모가 자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 학부모와 학교 부적응 학생 간에 1:1 결연을 통해 상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학교설명회를 개최하거나, 교사와 상담을 하도록 해서 학교 참여의 기회를 높인다.
교육전반에 걸친 인성교육 실천
교육과정 전 단계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한다. 3~5세 누리과정부터 질서, 나눔, 배려, 협력, 존중 등을 철저히 지도한다. 정규교과 내 공감과 소통, 갈등해결 내용을 강화하고, 지식중심에서 사례 중심의 학습으로 개편한다. 인성교육에 도움되는 체육, 예술, 독서교육도 강화한다.
가정과 사회의 역할 강화
가족사랑의 날인 수요일에 가족이 함께 식사하며 기본 예절교육을 받고, 상호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가족단위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한다.
게임인터넷 중독 등 유해 유인대책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매체(폭력영화, 인터넷, 게임 등)의 학교폭력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53.7%가 “영향력이 있다”고 대답했다. 게임 및 인터넷 중독으로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학생들의 게임인터넷 중독 예방교육과 치유활동을 활발히 전개한다.
출처 -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저자 - 대한신경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