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불용설' 들어맞는 뇌 자주 써야 더 발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노화의 과정 중 하나가 인지의 감퇴다.
노화에 의해 가장 흔하게 보이는 노화성 인지 감퇴가 기억력과 주의 집중력 저하이다.
물건 둔 곳을 깜박하게 되고 약을 먹었는지 헷갈려 하는 일이 늘어나고,
모임에서 새로 만난 사람의 이름과 얼굴도 흐릿하며, 예전에는 한 번만 불러주면
받아 적을 수 있던 전화번호도 여러 차례 되묻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이러다가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게 된다.
가족이나 지인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요즈음은 매스컴의 영향으로 대중들도 이전과 다르게 치매에 대한 이해가 높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병원에 찾아와
치매에 걸리지 않는 약, 머리가 좋아지는 약 등에 대한 문의하거나 이런 약제에 대해
처방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약처럼 약으로 복용하면서 치매를 예방하고자 하는
바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치매가 발생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처방을 해서 확실하게 치매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단일 약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인지 감퇴엔 적극적 활동으로 대처
확실한 약이 없다고 해서 실망하기는 이르다. 노화성 인지 감퇴를 늦추고 치매를
예방하는 다양한 활동과 생활 습관들이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그렇듯 쉽지만은
않을 수 있고 꾸준함이 필요하다.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뇌라는 장기는
‘용불용설(用不用設)’ 이론이 들어 맞는다고 볼 수 있겠다. 즉, 자주 쓰면 좀더
발달하는 것이 뇌이다. 그래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일수록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뇌의 예비 능력이 커져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신경 손상이
발생해도 이를 보완하여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은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자신은 난리통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여자라고 집에서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고 얘기하시며 걱정하는 노인분들이 계신다.
꼭, 학교 교육이 아니더라도 독서, 악기 연주, 바둑, 보드 게임 등과 같이 인지적인
수행이 요구되는 다양한 활동을 여가 시간에 즐기는 노인들에서 치매 발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인지 자극 활동은 광범위 하며 노인 복지관,
문화센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혹은 집에서 시간을 내서도 할 수 있다.
꼭, 통달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자꾸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려고 하는
과정 그 자체가 우리의 뇌를 단련하는 인지자극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뇌로 가는 혈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뇌혈관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과 같은
공존질환에 대해서 잘 관리하는 것도 인지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비타민과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녹황색 채소, 등푸른 생선,
과류, 과일 등의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 변화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점차적으로 심해져서 일주일에도 수 차례 깜박깜박하는 건망증, 중요한
일정이나 사항에 대해서도 자주 잊어 버릴 정도의 기억력 감퇴 등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벼운 우울감이라도 진료 받아야
노년기에는 접어들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젊은 시절 동안 온정을 쏟아 부으면 키워왔던 자녀들은 장성하여 새로운 짝을
찾아 떠나게 된다. 자녀들의 분가와 함께 집에 들어와도 휑하게 느껴지고
자녀들과의 대화나 만남이 줄어들면서 공허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를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장이나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수 십 년간 몸담아왔던 직장에서
은퇴를 하게 된다. 몇몇 분들은 나이가 들어서까지 일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젊은 시절에 비해 생산적인 활동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일부 노인들은 젊었을 때만큼의 성취가 없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며 푸념하기도 하고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를 은퇴와
함께 잃게 되면서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 가족과 사회 적인 관계 망 속에서
배우자, 형제, 자매, 친구들을 하나 둘 떠나 보내며 애도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점차 대인관계의 폭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신체적인 변화 역시 피할 수 없다. 심폐기능과 근력이 떨어지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의 공존 질환이 늘어나게 되며
신체적인 기능이 약화되기도 한다. 노화에 따른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젠과 같은
호르몬의 변화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직접적으로 기분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이라고 당연히 우울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의 자리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역할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색해 보고, 작은 소일이나 취미라도 본인이 즐기며 몰두할 수 있는 것에
매진하는 것이 마음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꾸준히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짧은 시간이나마
집 밖으로 나서 햇빛도 쬐고 움직인다면 기분이 전환되고 잠도 더 푹 잘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노인 분들은 우울증이 찾아온 경우에도 병으로 인식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참는 경우가 있다. 우울감이 심하고 불면이나 식욕저하가 동반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에서는 가벼운
우울감이라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에는 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으므로, 이럴 때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노인에서는 여러 공존 질환이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로 인해서 우울증과 같은 기분 변화가 야기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 출처 - 네이버 오픈캐스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현강 교수>